스페인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가 그린 1973년산 샤토 무통 로칠드 와인 레이블.
세계적 금융재벌 로스차일드 가문은 프랑스 와인산업도 손에 넣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최고급 와인 ‘샤토 무통 로칠드(Chateau Mouton Rothschild)’는 로스차일드 가문 계열의 ‘바롱(남작) 필립 드 로칠드’사에 의해 생산된다. ‘로칠드’는 로스차일드의 프랑스식 발음이다.
로스차일드 런던 지부를 설립하고 남작 작위를 받은 네이선(Nathan) 로스차일드에게는 나다니엘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1850년 파리로 이주한 나다니엘 남작은 자신의 샤토(chateau· 원래는 성(城)이라는 뜻이지만 포도밭이라는 의미로도 사용됨)에서 생산한 와인으로 손님들을 대접하고 싶었다. 이에 나다니엘은 1853년 프랑스 보르도 중심에 있는 포도밭 ‘샤토 브란느 무통(Brane Mouton)’을 구입, ‘샤토 무통 로칠드’로 이름을 바꾼다.
로스차일드 가문이 와인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나다니엘의 증손자 필립(Philippe) 남작에서부터. 20세가 되던 1922년 샤토를 상속받은 필립은 1988년 사망하기 직전까지 66년간 열정적으로 일하면서 샤토 무통 로칠드와 와인업계 전반에 변화와 혁신을 가져왔다.
필립은 1924년 와인업계에서는 최초로 자신이 만든 포도주를 자신이 직접 병에 담아 소비자에게 내놓았다. 자신이 만든 와인의 품질을 최후까지 보장하겠다는 의도였다. 이때까지 샤토는 와인을 생산할 뿐, 중간거래상이 와인을 병에 담아 레이블을 붙여 시장에 내놓았다. 생산자가 와인을 직접 병에 담는 것은 이제 전 세계 와인업계에서 일반화됐다.
샤토 무통 로칠드에서 생산하는 주요 와인들./와인칼럼니스트 김혁 제공
필립은 샤토 무통 로칠드 와인의 명성을 지키기 위해 무섭게 노력했다. 필립은 포도 작황이 좋지 못했던 1930년산 와인을 샤토 무통 로칠드로 판매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막내’ 또는 ‘둘째’를 의미하는 프랑스어 단어 ‘카데(Cadet)’를 붙여 ‘무통 카데’라는 이름으로 1932년 파리의 몇몇 주요 고객들에게 이 와인을 선물했다.
무통 카데는 의외로 맛이 좋았고, 그러면서도 샤토 무통 로칠드보다 가격이 크게 낮아 큰 인기를 얻었다. 이후 필립은 보르도 지방의 다른 포도밭에서 생산되는 와인들을 혼합, 무통 카데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무통 카데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 중 하나로 매년 1300만병 이상 생산된다.
필립은 최고급 와인에 어울리는 최고의 와인병 레이블을 원했다. 이를 위해 필립은 1945년부터 파블로 피카소, 마르크 샤갈, 살바도르 달리, 후안 미로 등 세계적 화가들에게 레이블 디자인을 의뢰했다. 화가는 와인, 와인을 마시는 즐거움, 양(무통은 프랑스어로 양(羊)을 의미)을 주제로 자유롭게 작업하고, 돈 대신 자신의 레이블이 붙는 해와 또 다른 해의 샤토 무통 로칠드 와인을 받는다. 이러한 거래를 거부한 화가는 아직 없었다고 한다.
오늘날 샤토 무통 로칠드는 필립의 딸 필리핀(Philippine) 여자 남작이 운영하고 있다. 로스차일드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로버트 몬다비’사와 함께 ‘오퍼스 원(Opus One)’, 칠레 ‘콘차이토로’와 ‘알마비바(Almaviva)’를 생산하는 등, 와인 왕국의 범위를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다. -네이버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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