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인터넷 포커로 배운 투자론

work/View of Biz

by nemoram 2003. 5. 30. 11:13

본문

난 개인적으로 잡기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포커란 게임을 시작한 것도 전국에 인터넷이 한창 보급되서 많은 사람들이 즐기기 시작한 후다.  인터넷 포커게임은 내게는 너무도 새롭고 재미있는 것이어서 내가 한동안 푹 빠져 정신을 못차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 첫번째 이유는 게임을 하는데 실제 돈이 필요없다는 것 즉, 무료라는 것과 게임 상대가 수시로 바뀌며 전국 어디에 있는 어떤 성격의 얼마든지 다양한 사람들과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데 있었다. 

내가 처음 게임을 시작한 사이트는 세이클럽이었는데 그곳에서는 포커를 선택하면 100만원이란 사이버 머니를 나에게 지급하게 된다. 그 사이버 머니를 가지고 내 레벨로 접근이 가능한 하수들이 게임을 하는 방에 들어가 게임을 시작하게 되었다. 패도 제대로 읽을줄 모르는 나는 당연히 처음엔 순식간에 몇십만원의 사이버머니(이하"머니")를 잃게 되었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었다. 한편으로는 진짜돈도 아닌데 잃으면 어때 하는 생각으로 포커를 했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내가 가지고 있던 100만원 머니는 모두 날아갔다. 진폐가 아니어서 아깝다는 생각없이 다시 충전을 받아 (모두 잃으면 100만원은 그냥 충전해줌) 시작했지만 역시 얼마되지 않아서 다 잃고 말았다. 이런 상황이 몇번 반복되자 슬슬 열이 받기 시작한 나는 어떻게 하면 나도 돈을 딸수 있을까를 고민하다가 일단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을 천천히 소진할 수 있는 방식으로 게임을 해나가면서 게임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즉, 최소한의 배팅으로 손실을 최소화하는 식으로 게임 진행 방법을 바꿨다. 전과는 다르게 도움말도 읽고 몇십판 정도의 게임을 하고 나니 그때서야 룰에 익숙해져 겨우 내 패를 읽을수가 있었다. 

그쯤되니 패를 받으면 내 패가 원페어인지 투페어 인지, 계속 판에 참여해 카드를 받다보면 어떤 패를 내가 받게 될수 있는지와 같은 아주 기본적인 룰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그쯤 되니 괜한 자신감이 생겨서 최소한의 배팅으로 각 판을 쫓아가며 조금씩 잃기만 했던 보수적인 자세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해 배팅금액을 높이기 시작했다. 이제 패를 읽을 수 있으니 많은 머니를 따게 되리라는 나의 기대는 더욱더 나의 배팅금액을 높여갔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한 실패였다.  예상과 다르게 두판만에 가지고 있던 머니 100만원을 모두 잃고 말았다. 배팅을 최소화하여 진행했을때는 이렇게 허무하게 가지고 있던 머니를 한번에 날리지 않았는데... 항상 내가 제일 잘난 줄 알았던 난 내가 뭘 잘못했는지 고민을 하기 시작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뭘 잘못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고 단지 운이 나쁜거다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충전하여 도전하였지만 여지없이 몇판만에 난 머니 100만원을 날리고 다시 충전을 하는 신세가 되었다. 속으로 이게 바로 사이버 걸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의 최소 지원 금액만으로 살아가는 영세민층의 모습과 내가 뭐가 다른가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그래서 난 오기가 생겨 이 상황을 타개하여 보고 싶었다. 

신중하게 마음을 바로 먹고 다시 사이버머니 100만원을 충전해 게임을 시작하면서 내가 이 게임에서 뭘 잘 못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를 느끼려고 노력했다. 그런 마음 가짐으로 다시 시작한 게임 채널에는 몇천만원의 판돈을 가진 3명의 고수(상대적으로)들이 함께 자리를 했다. 서로의 머니를 어떻게든 빼앗아 보려고 눈을 번득이고 있는것 같았다. 난 일단 보수적 배팅방법을 견지하여 게임을 시작하고 확률을 게임에 적용하여 내가 이길 확률이 높은 게임에만 높은 배팅을 하고 쫓아가기로 원칙을 정했다. 문제는 어떤 패를 내가 쥐고 있을때 이길 확률이 얼마나 되느냐 였다. 물론 수학적으로 계산을 해보면 알수도 있었겠지만 귀찮다는 생각에 그냥 게임을 해보면서 경험을 하다보면 어느패로 몇번정도 이기고 질 가능성이 있는지 감으로 알 수 있을 거라는 생각으로 게임을 시작했다. 확실히 이런 원칙과 목적을 가지고 게임을 진행하다보니 내가 가지고 있는 머니는 천천히 줄고 있었지만 내 머릿속의 지식과 자신감은 차츰차츰 커져가기 시작하였다. 내 패를 보면서 앞으로 이런 카드를 내가 더 받게 되면 이런 패가 나올 거라는 단순한 사실에서 부터 깔린 남들의 카드를 읽으면서 남들이 어떤 카드를 갖게 될 가능성이 있구나까지 알수 있게 되었다. 더해서 이런 패를 내가 쥐고 있으면 이 판은 한번 해볼만 한 판이야라든가 이 판은 얼른 포기해야해 라든가 하는 식의 나름대로 룰이 머릿속에 생기기 시작했다. 그에 맞춰 나도 배팅을 조절하기 시작했고 드디어는 아까와 다르게 계속 돈을 따기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일억이 넘는 머니를 벌기 시작했고 이제야 모든 것이 다 해결된 듯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않은 곤란함이 또 나에게 닥쳐왔다. 그건  배팅이 큰 판에서 작은 실수로 일억이나 되는 머니를 한꺼번에 날려버리면서 였다. 분명 난 게임을 하면서 상대방이 나보다 더 높은 패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배팅을 멈추지 못했고 역시나 하는 결과를 보는 순간 난 나의 모든 머니를 날리고 만것이다. 마치 누군가 어떤 사업에 투자를 했다가 어느순간 더이상 그 사업이 아니란 것을 알면서도 설마하는 마음으로 계속 자신의 모든것을 그 사업에 투자하는 경우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주식에서도 흔히 손절매를 실패해 패가망신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되는데 아마 이런 경우가 그 경우가 아닌가 싶다. 결국 난 손절매의 중요성을 다시금 배우고는 절대 포기해야 겠다는 시점이 오면 그 순간까지 내가 날린 머니가 크더라도 빠져나와야 살수 있다는 원칙을 추가했다. 

이런 원칙들을 세우고 게임을 시작한 나는 다시는 100만원을 리필을 할 일이 생기지 않았다. 적어도 1억정도의 머니는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되었고 때에 따라 50억 이상의 머니를 챙기기도 했다. 만약 이게 정말 돈과 환금성이 있었다면 난 아마도 얼른 그 머니를 빼서 40억정도는 부동산에 투자하여 놓았을 것이다. 

포커는 굉장히 단순한 게임이다. 확실한 제로섬게임으로 그 게임에 참석한 사람들의 돈을 한사람에게 몰아주는 게임이다. 그럼 우리가 보통하는 사업은 다를까? 아니다. 결국 모든 사업이란 것도 형태만 다를 뿐이지 결국 재화를 한 사람에게 몰아주는 게임이다. 결국 포커란 게임과 그렇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그럼 우리가 어떤 사업에 투자할 때 어떻게 해야할까? 그건 앞선 나의 글에 그 답이 나름대로 포함되어 있지 않나 싶다. 일단 그 사업과 그 사업의 룰을 잘 알아야 하고 경쟁자를 알고 그들의 패를 읽을 수 있어야 하며 절대로 자신의 모든 재산을 한번에 몰아넣는 바보같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며 상당히 보수적으로 판단하여 자신이 이길 확률이 높은 게임에만 과감히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더해서 벌어드린 돈은 적당히 다른 형태의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짜놓아야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내가 포커를 통해 배운 사실이다. 

과연 내가 배운 이러한 사실들이 얼마나 현실에 맞을지는 알수 없는 일이지만 난 평생 실천해볼 작정이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