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 아버지와 난 정말 갈등이 많았다. (특히 사춘기에)
이상하리만큼 난 아버지의 소심함이 나의 눈에 크게 들어왔고 그럴수록 아버지에 대해 약간은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해온거 같다.
그런 나의 버르장머리없는 태도는 곧잘 아버지와의 충돌로 이어졌는데 그런 충돌은 곧잘 아버지로부터 내 뺨으로 날아오는 손바닥과 함께 잦아들었다.
(맞고 나면 난 분을 삼키며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궈버렸다)
아버지는 착한 성품이셔서 다른 분들이 무척이나 좋아라 하시지만 집안 사람 입장에서는 아버지의 소심함이 종종 다른 식구들을 힘들게 할때가 있었다.
그런 소심함을 내가 알고 있는대도 불구하고 아버지는 곧잘
"세상 별거 있냐. 이렇게 살다가 죽는거지"
란 말씀을 하셨고 난 그런말을 하시면서 대범한 척하시는 아버지를 꽤나 무시했던거 같다.
오죽하면 나중에 아파서도 그런 소리하시나 봅시다 하는 생각을 했으니까.
암튼 그런 아버지였는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예전 큰소리 치시던 아버지가 그립기까지 하다.
큰소리치는게 뭐가 그립냐구 묻는다면 글쎄 막상 또 그런 큰소리를 듣고 있다면 좋을일은 없을거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몇년전 심폐소생술을 받으신 후 아버지의 급격한 삶에 대한 자신감없는 모습때문인거 같다.
예전처럼 우리에게 큰소리 치시지도 못하고 자주 아프시다고 그러시는 모습이며 어머니 없으면 마치 무슨일이라도 날것처럼 어머니 찾으시는 모습하며 모든게 아버지를 자꾸 안쓰럽게 한다.
어머니도 아버지 때문에 매일 매일 걱정을 달고 사시는거 같다.
워낙 선천적으로 낙천적인 어머니이신대도 저렇게 걱정을 하시는걸 보면 정말 요즘은 왠지 많이 미안해진다. 이 나이가 되도록 결혼도 안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 아버지께서 몇일전 전화를 하셔서
"야 웅아. 내가 친구들 북경 데리고 가면 니가 밥도 사주고 골프도 싹 모시고 다니고 그러냐?"
그러시는거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아버지의 의도가 훤히 보였다. 아들놈 하나 외국에 나가있는 녀석이 잘 지내고 있다는 걸 친구분들께 자랑하고 싶었던거다. 그래서 난 그렇게 하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전화를 끊으며 왜그리 가슴이 아팠는지. 이해할수 없는 미안함과 안타까움으로 한동안 전화만 응시하고 있었다.
더 나이가 먹기전에 더 아프시기전에 어서 여행도 보내드리고 또 친구분들께 자랑할수 있도록 해야할거 같다.
그리고 이젠 아버지께 "세상 별거 없으니 그렇게 살다 돌아가시더라도 좀 오래 오래 사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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